내가 바카라를 알게 된날
찌르는 것처럼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차에서 앉아 대기 중이었다..
마지막 오렌지 농장.. 오렌지 농장의 젊은 매니저는 다시 나오더니 사람이 다 찼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이런 젠장…. 호주 퀸즐랜드주의 오렌지로 유명한 겐다라는 곳에서
나의 전 재산 주행거리 60만km가 넘은 포드 팔콘 1000불짜리 차 한대와 캐쉬 1500불을 남기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생활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날 밤….
같이 동고동락하던 동생이 브리즈번에 청소하는 일자리를 구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왠지 청소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작물 시즌에 따라 지역을 옴겨 다니는 농장일을 하고 싶었다.
더 많은 곳을 가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여자들을… ‘형이 브리즈번까지는
데려다 줄께. 그리고 형은 토마토따러 보웬으로 간다.’
다음 행선지는 토마토로 유명한 호주 보웬으로 정하고 다음날 브리즈번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선명한… 무료할 정도의 호주의 쭉 뻗은 차없는 도로…
오전에 출발했지만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을 때 도착을 했다.
동생의 숙소앞까지 데려다 주고 짐을 내려주는데 동생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행님 어디서 주무시게요? 바로 떠나실겁니까?’라며 물었다.
나는 싱긋 웃어보였다. 사실 아무대책도 없었다. 보웬에 아는 사람은 한명뿐이었고
돈 역시 떨어져 가고 있어서 보웬에 넘어간다고 해도 일자리를 바로 구하지 못하면
빈털터리가 될 처지였다. 웃으며 ‘내가 알아서 할께..
너는 청소일 잘하고 연락 자주하고… 형은 간다!!’ 손을 흔들며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차에 타고 가만히 생각했다. 흐으음……….
차에서 한숨자고 보웬으로 출발을 할까….??? 그러던와중……..
멜버른에서 카지노를 가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카지노라는 곳에 구경가서 했던 게임은…
간단한 카지노워라는 게임이었다.. 플레이어가 거는 수만큼 플레이어 구멍에 카드를 주고
마지막에 딜러가 카드를 받아 딜러의 카드보다 높은 플레이어 구멍에 배팅한
금액만큼 주는 게임이었다. 아주 간단한 게임..
카지노를 처음 가본 나는 그 게임으로 150불정도를 땃었다.
그 기억때문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도박을 하게 될 운명이었을까…….
어느새인가… 브리즈번 카지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호주는 큰 도시마다 카지노가 하나씩은 있다.
브리즈번의 카지노는…. 트레져리라는 이름의 카지노….
그리고 구글맵 네비게이션을 그곳으로 찍었다.. 20분여를 달려 도착한 카지노..
고풍스럽고 유럽식의 건물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올라갔다.
거의 백지 상태였던 나는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화려한 카지노의 조명과 향기에 홀려 그 입구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1200불가량… 지금 생각하면 소규모 카지노였으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기억된다. 들어가서 보니 반쯤은 백인들 반쯤은 아시아인들
그리고 약간의 인도 혹은 아랍계열의 사람들이 있었다. 빙둘러 가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쭉쭉빵빵의 백인 미녀들도 많고 여기저기서 중국어도 들려왔다. 조금씩 조금씩 그곳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예전에 해봤던 카지노워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카지노워는 없었다.. 식보라 불리는
다이사이와 바카라 테이블 그리고 룰렛과 블랙잭… 이것들이 주 게임들이었다.
사실 여러가지 게임들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의 자세한 룰은 모르고 있었다.
‘하아… 다른 게임들을 잘 모르는데…’ 하며 한 시간쯤 두리번 거리기만 했을까..
가장 쉬워보이고 영화에서도 자주 보았던 룰렛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500불을 다른 사람이 칩으로 바꾸는 틈에 칩으로 교환했다.
전광판을 보니 짝수만 계속 나오고 있었고 50불을 짝수에 올려놓았다.
딜러가 구슬을 룰렛 휠에 돌렸다…. 또르르르르…짝수.. 우와아아아아!!! 이겼다…. 50불칩을 받았다…
멜버른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내운을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사활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들어온 50불 칩은 힘든 농장일을 3시간은 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짝수에 50불.. 또 이겼다… 하아하…. 나이스…
나는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인가봐…. 걱정과 두려움이 환희가 되는 순간이었다.
‘칩은 여러 사람이 만졌으니까 손 한번 씻고 담배한대 피우고 다시 와서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고
손을 씻고 담배를 한대 피우고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룰렛 테이블은 아직까지
짝수가 나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6개가 더 나와있었다.
젠장….손을 씻으러 가지 않았다면 300불은 더 땃을텐데…
아쉬워 하면서 짝수에 50불을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