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방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후기
23일 아침부터 서둘러서 강원랜드 도착했습니다.
미리 예약하여 274번 당첨.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고
입구에 서 있는데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 였으며 게다가 입장순서
전광판까지 고장나는 바람에 질서는 무너지고 들어가는 사람마다
마치 등교시간 늦은 아이들처럼 뛰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내 마음도 급박해지고
그래도 양반체면에 뛰지는 말자 하고 빠른걸음으로 걸어들어갔지요.
바카라 20다이 착석.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 가지고 있던 칩들이 바닥을 드러내더니
너 나 할것없이 200만원, 300만원씩 서둘러 페이하고
마음 다지고 게임에 몰두해 보지만 그림은 미친년 널뛰듯이 개판 오분전이고
아무튼 테이블에서 돈 따서 일어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저 또한 앉은자리에서 밥 먹으러도 못 간 채 300만원 작살나고 마음속으로는 만회 할 수 있다
자신있다 등의 다짐을 해 보지만 쓸데없는 자기 최면으로 칩과 함께 넋도 나가버립니다.
이성을 잃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던 저는 저녁 8시쯤 되어 멘탈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세상 어느 카지노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꼭 한 끝발로 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인생이나 카지노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100만원 페이를 했으나 이미 자리는 아웃되고
( 강원랜드는 자리 예약하고 120분의 자리를 비우면 자동 아웃되더군요.
빨리 빨리 돈 잃고 집에 가라는 뜻인가요? 슈 끝나고 담배 피우러 가는 시간조차 체크되던데요.
세상에나, 그런 시스템이라면 단 20만원을 잃어도 밥 먹을 생각이 들겠습니까?
조금이라도 시드머니를 잃는 순간 그 사람은 강원랜드라는 감옥에 갖히게 되어 있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보헤미안이 되어 영혼없는 좀비처럼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돌며 찍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꼬박 새벽 4시가 되고 터덜터덜 호텔방에 올라가 그냥 뻗어 버리게 됩니다.
침대는 푹신하고 편안했지만 마음만은 편치 않은 상태로 잠이 들고 호텔프런트에서 오는 전화벨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고 세상과 마주하자 어제의 일이 악몽처럼 몰려듭니다.
8잡고 9로 뒤지고 9잡고 타이로 맹탕되고...
마음같아선 어서 이 지옥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놈의 본전생각에 말끔히 씻고
뷔페에서 더럽게 비싼, 먹을 것도 없는 밥 먹고 2시부터 10만원 바카라 다이에 다시 착석했지만
맥스 10만원 베팅해봐야 잃을때는 한도 끝도 없지만 딸때는 하루종일 2,3슈 해 봐야
악전고투 끝이라 해도 30~40만원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300만원 패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결론은 강원랜드에 갈때는 20~30만원 들고 가서 따면 아싸하고 맛있는거
사먹고 오거나 오링이 나더라도 잘 놀았다 하고 오는것이 정답임을 노름인생 10년만에 처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마카오도 가끔 가는 사람중에 하나인데요
제 경우에는 워낙 커뮤니티와 책들에서 보통사람들이 한 번에 벌기 힘든 돈을 카지노에서 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 였는지 갈때마다 1000만원정도 들고 가서 그놈의 욕심때문에 잃고
오는 일이 몇 번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부질없었던것 같아요.
앞으로는 마카오를 갈때는 가벼운 돈만 챙겨서 가고 잃으면 그냥 에그타르트에
완탕이나 먹고 길바닥 돌아다니며 구경이나 하다 오는것이 현명한것 같아요.
그리고 강원랜드 갈때는 30만원만 가지고 가서 놀다 온다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
좋을것 같다는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인간 심리가 아주 희한한데요
제가 발렛파킹을 맡겼는데요 몇 백만원을 날리는 사람이 발렛파킹 비용 2만원이 아까워서
하이원 밖을 못 나가 봤다면 사람들이 욕하겠지요? 하지만 노름으로 날리는 몇 백만원보다
발렛비용 2만원 추가로 내야 하는게 더 아까웠던건 아주 솔직한 저의 고백입니다.
게다가 카지노 안에서 파는 작은 생수 한 병에 1000원. 오리엔 중식당에서 파는
맛대가리 없는 볶음밥 2만 8000원, 뷔페 4만 8000원 등등 하이원 안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물가보다 몇 곱절은 비싼것 같아요. 결국 돈 잃고 억울해서 거길 못 떠나는 불쌍한 사람들
상대로 눈탱이를 시원하게 때리고 있는 셈입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1박 2일 이었습니다.